컴퓨터AS센터 마이스터컴

슬램덩크와 일본 맥주, 그리고 노재팬

 

2월 2주 차 월요일에 들어서는 새벽에 조금 자극적인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어제 뉴스를 보던 중, 1월 초에 개봉한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200만을 넘어 300만 관객을 향해 흥행 중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
평점
8.6 (2023.01.04 개봉)
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출연
강수진, 신용우, 엄상현, 장민혁, 최낙윤, 고창석, 나카무라 슈고, 카사마 준, 카미오 신이치로, 키무라 스바루, 미야케 켄타, 사카모토 마야

 

본인은 40대 아재이고 예전 고등학교 시절의 슬램덩크 대 유행을 직접 경험했던 세대여서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것이 또 하나 있었는데 슬램덩크의 흥행과 함께 노재팬 운동이 다시 소환된 것이었다.

 

다시 한번 뉴스를 통해 노재팬 운동 소동을 접한 후 노재팬 운동이 한국에서 유행처럼 퍼져 나갈 때 있었던 나에게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친구와의 저녁 식사가 생각났다.

 

일본 맥주와 NO JAPAN

그날 저녁 약속을 한 친구는 나와는 달리 옷 잘입고 자신에게 많은 투자를 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

 

유행에도 민감하던 친구인데 아니나 다를까 식사 도중 노재팬을 나에게 주장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저녁 식사 도중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보면서 평소 즐겨 마시던 일본 맥주를 고르던 중 산토리 맥주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 산토리 맥주
일본 산토리 맥주

종업원에게 산토리 맥주를 주문하던 중에 그 친구가 내 주문을 막아서더니 자기 멋대로 '테라'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순간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나름 정색하고 "왜 그러느냐, 내가 마시고 싶은 맥주는 '테라'가 아닌 '산토리'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답변이 가관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모두 노재팬 운동에 동참해야 해. 나쁜 일본 맥주는 거르고 한국 맥주를 마셔야 해."

 

내 친구의 입에서 나온 노재팬이라는 단어에 놀랐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멋대로 주문 취소한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

 

다시 한번 산토리 맥주를 마시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일본 맥주는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했던 내 친구였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으나 별것도 아닌 이야기로 논쟁하다 보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딴 노재팬 운동이 뭔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마시고 싶고 먹고 싶은 매뉴를 고르고 싶었다.

 

한 순간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가 매우 불편한 자리로 변해버렸다.

 

논쟁을 하던 중, 내가 뜻을 굽히지 않자 갑자기 그 친구가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오늘은 내가 사는 날이니 내 마음대로 테라를 마셔야 해."

너무나 어처구니 없고 황당해서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밥만 먹고 급히 자리를 떴다.

노재팬
노재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에는 위와 같이 일본을 혐오하는 듯한 노재팬 포스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노재팬이라는 단어가 대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고 내가 즐겨 마시던 일본산 맥주는 더 이상 편의점이나 술집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산 자동차 오너는 본의 아니게 매국노 취급을 받는 사회 분위기로 번했으며 예전 세월호 노란 리본 스티커를 여기저기 붙이고 다니던 것처럼 노재팬 스티커를 착용한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유행이었던 노재팬
유행이었던 노재팬

지난 몇 년 동안 노재팬은 하나의 유행이 되어 버렸다.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불매 운동이란 "좋지 않은 품질 또는 비양심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인데 노재팬 운동은 단순한 불매 운동의 차원을 넘어 일본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사람조차 몰상식한 매국노 취급을 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져왔다.

놀림감이 된 노재팬 운동
놀림감이 된 노재팬 운동

그런데 현 시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인 슬램덩크가 큰 인기를 끌고 다시 한번 노재팬 운동이 회자되고 있으며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 노재팬 운동은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당한 만큼 되돌려주기

어떤 사람은 이야기한다.

 

"노재팬 하는 사람은 정상, 노재팬 하지 않는 사람도 정상, 노재팬을 강요하는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품질만 좋으면 한국산, 일본산, 중국산 가릴 것 없이 가성비 위주로 소비활동을 해온 사람에게 노재팬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눈치를 준 사람이 분명 많았던 것을 알고 그동안 내가 직, 간접적으로 당한 치욕을 나는 잊지 않았다.

 

더 이상 노재팬이 통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로 변화된 분위기이지만 나는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당한 만큼은 돌려주고 싶다.

 

그동안 노재팬을 주장하다가 이제와서 닌텐도 동물의 숲이나 슬램덩크를 소비해 온 '패션 애국자'들에게 마음속으로라도 귓싸대기를 한 방 날려주고 싶다.

더불어 중국이 싫다고 '노 차이나'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제발 혼자 머리 속으로 생각하시고 남에게 강요하지 마세요!"